전체 글 (6) 썸네일형 리스트형 「손 끝에 보이는 죽음」 에피소드 1-5: 침묵 속의 2년 수화기 저쪽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끊지는 않았다. 베리타는 그 침묵을 들었다. 숨을 참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이준혁 씨." "...말씀하십시오."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신 말씀도 들었습니다." "들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물건은 들은 것을 그대로 담습니다. 아버님이 그 자리에서 묵주를 쥐고 계셨습니다." 한참이 지났다. "...그걸." 목소리가 처음으로 변호사의 것이 아니었다. "그걸 어머니한테 말하실 겁니까." 베리타는 창밖을 봤다. 새벽 두 시의 서울. 가로등 아래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제가 말하지 않을 겁니다." "...네?" "이준혁 씨가 말하실 겁니다." "저는—" "제가 같이 있겠습니다.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수화기 저쪽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앉.. 「손 끝에 보이는 죽음」 에피소드 1-4: 침묵 속의 2년 눈을 떴을 때 창밖이 어두웠다.베리타는 천장을 봤다. 낡은 회색. 그런데 색이 이상했다. 아침의 회색이 아니었다. 형광등도 켜지 않은 방에서 천장이 보인다는 것은 밖에 가로등이 켜져 있다는 뜻이었다.몸을 일으키려다 실패했다.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번째에 겨우 일어나 앉았다.휴대폰을 찾았다. 방바닥 어딘가에 있었다. 화면을 켜자 밝기가 눈을 찔렀다.오후 열한 시 사십 분. 날짜를 봤다.하루가 지나 있었다. 편지를 내려놓고 벽에 기대 눈을 감은 것이 새벽 다섯 시쯤이었다. 잠깐만. 십 분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열여덟 시간이 사라졌다. 베리타는 자기 손을 봤다. 손등의 코피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다.이런 적은 없었다. 바티칸에서도 한 번에 두 개 이상은 읽지 않았다.. 「손 끝에 보이는 죽음」 에피소드 1-3: 침묵 속의 2년 베리타는 시계를 탁자에 내려 놓고 방바닥에 내려와 앉았다. 방바닥이 차가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만 같았다.방은 추웠다. 난방을 켜지 않은 지 두 달째였고, 서울의 새벽 공기는 창틀 틈으로 들어와 방바닥에 고여 있었다. 손끝이 시렸다. 차라리 나았다. 감각이 무뎌지면 무뎌질수록 다른 것이 잘 들어왔다. 아까 시계를 읽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사실 읽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았다. 시계가 그녀를 읽었다는 쪽이 더 가까웠다. 삼십 년을 한 남자의 손목에서 돌아간 물건은 삼십 년어치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 베리타는 두 시간 동안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을 뜨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코피가 왼쪽 손등까지 흘렀다가 굳었다. 그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피곤하고, ..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