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진은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창밖으로는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고 있었지만, 여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고등학교 3학년,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다시 서 있었다. 이제 그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선택이 정말로 올바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대학 전공을 다시 선택할 수 있어…'
여진은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때는 부모님과 학교의 기대에 맞추어 전공을 정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녀는 과거의 자신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여진은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당시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졸업 후, 그 안정성과 실용성은 그녀에게 그다지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연이은 취업 실패와 적응하지 못한 직장 생활은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절망의 끝에 다다르게 했다. 이제 그런 선택을 반복할 수 없었다.
여진은 책상 위에 펼쳐진 여러 진로 안내 책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인공지능과의 미래: AI 기술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소책자였다. AI, 인공지능. 과거 고등학생이었던 여진에게는 그저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렸던 단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대학교 시절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렸다. 그 당시 AI는 아직 주류가 아니었고, 가능성만을 논하던 신기술이었다. 그러나 여진은 AI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미래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말이다.
"그때 왜 이걸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진은 혼잣말을 했다. 당시에는 안정적인 직업이 최우선이었고, AI와 같은 신기술 분야는 너무 불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에서는 그 불확실성 속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여진은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자,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술의 발전, 연구의 진척, AI를 적용한 다양한 산업 사례들까지. 그때의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들이 지금의 여진에게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화면을 보며,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여진은 부모님과의 대화를 위해 거실로 나왔다. 두 사람은 TV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저…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어요."
부모님은 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진아.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진지해?"
여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저… 이번에 공대에 지원하려고 해요. 특히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싶어요.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는 놀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아버지는 조용히 여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지능이라… 그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거니?" 어머니가 물었다.
여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 경영학도 좋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진짜 흥미를 느끼는 건 AI 같은 새로운 기술이에요. 그동안은 안정적인 길만을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도전적인 길을 가보고 싶어요."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우리는 널 응원할 거다. 하지만 공대에서의 공부는 만만치 않을 텐데, 잘 할 수 있겠니?"
"네, 알고 있어요. 어렵겠지만, 이건 제가 정말로 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어머니는 여진의 결심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진아. 네가 진심이라면 우리는 널 믿고 응원할게.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는 거야."
여진은 부모님의 지지에 깊이 감동했다. 이번 선택이 어렵고 험난한 길일지라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 여진은 침대에 누워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작은 불꽃을 느꼈다.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그 불꽃을 키워나가는 건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선택은 끝났다. 이제는 행동할 시간이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여진의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번째 인생에서,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거야.' 여진은 굳은 다짐을 품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