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신우 기업이다.
아버지 이어 그 아들이 이 대체 가족 경영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이쪽 업계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머리를 끄덕일 정도의 견실함도 갖추고 있다. 전체 직원은 약 200명에서 300명 정도. 나는 말단이라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다.
분위기 상 벤처기업이나 IT 업계와는 달라서 다들 점잖은 척하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 떨어지더라도 상사 앞에서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며 굉장히 일에 관심이 있는 척 표정을 짓는다. 가증스럽기도
하지만 화장실이나 우리끼리 점심을 먹을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
며칠 전 화장실에서 김대리를 만났다.
갑자기 김대리는 나에게 바짝 붙더니 귀에 대고 소근거리기 시작한다. "그 사장이 말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화장실 쪽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 모든 문은 3분의 1 쯤 열려 있었다. 즉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소리였다. 안심한 김대리는 말을 이어갔다
"그 사장이 아들을 기획팀에 꽂았잖아~ 그 아들이 생각보다 능력도 있나 봐. 플러팅이 심하긴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꽤나 좋은 성과를 거두었대~ 이번 프로젝트 잘했다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버지한테 강남 오피스텔 15억짜리도 받았다던데 정말 부럽다. ㅠㅠ 나도 저런 아빠 있으면 프로젝트 계속 성공시키며 죽어라 일하겠다!!!"
김 대리는 기획팀에서 프로젝트를 성공했다는 사장아들을 부러워하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15억 정말 갖고 싶은 돈이다. 이제 30살 초반에 15억 오피스텔을 갖고 있는 남자.
하긴 그것뿐일까? 이미 1년에 1억 이상 든다는 미국 유학도 유학비 하나 걱정 없이 부모 덕분에 다녀오고... 유학비만 해도 얼추 수 억은 들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화려하게 살았을테니 10억은 들었겠지? 아 부럽다!!!!!!
"그러게~~ 사장아들은 다 가졌네. 그 나이에 15억 오피스텔에~~ 괜찮은 기업을 운영하는 아빠, 거기다가 미국 학위까지~ 부럽다 부러워"
나도 속마음을 드러내며 부럽다는 말을 해본다.
오후에는 정신없이 일이 몰아닥쳐서 화장실에서의 소근거리며 나눈 대화를 잠시 잊었다.
그런데 퇴근해서 세수를 하며 거울에 비친 나를 들여다보니 그 대화가 다시 생각이 났다. 내가 살고 있는 원룸의 화장실은 그전에 살고 있던 사람이 관리를 잘 못해서 거울 한 귀퉁이가 녹이 쓴 것처럼 흉측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마치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생충에 나온 사람들도 이런 거울을 보면서 살았을까..."
혼잣말을 해보지만 이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5억짜리 오피스텔이라 정말 갖고 싶은 돈이군. 나는 1억도 없는데..."
솔직히 내 처지와 비교가 된다.
평범한 서민으로 사는 우리 부모님이 갑자기 15억짜리 부동산을 해줄 리 만무리하다. 아쉽지만 나는 다행히 흑수저는 아니지만, 동수저에 살짝 못 미치는 그 즈음 언저리에 있는 것 같다.
이미 부모에게 물려받는 수저 색깔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내가 완벽한 동수저로 올라가거나 은수저로 점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남은 것 같다.
첫 번째로는 부잣집 아들래미와 결혼하는 거다. 예를 들어서 기획팀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사장 아들을 꼬셔서 결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재수 없고 잘난 척하고 그렇게 금수저인 인간이 과연 나랑 결혼, 아니 연애라도 할 수 있을지... 만에 하나 결혼해도 눈 뜨고 볼 수 없는 아니꼬운 태도들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결국 두 번째 선택 지만인 남은 셈이다. 나 스스로 열심히 해서 부를 쌓는 거다.
만약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 이미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갔더라면 가능성이 높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반에서 3등에서 5등정도 하는 상위권이었지만 최상위권은 아니었기 때문에 스카이 대학에 갈 수가 없었다. 그냥 서울의 중상위 대학에, 그것도 인기 없는 문과대 출신이다. 그러니 기술로 창업을 한다거나, 사업을 별도로 해서 대박나기는 애저녁에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때 머릿속에서 여러 이미지가 떠올랐다.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의 이야기, 청약으로 돈을 번 번 경자 이야기, 그리고 오늘 신문에서 본 모순이 청약 이야기.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투자 혹은 주식 투자 같은 것을 해서 돈을 버는 게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아닐까?
일단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수방사라고 하는 지역에 나온다고 하는 청약에 도저보는 것이다. 수방사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관공서 였던 것 같고 관공서 자리에 일반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하는 모양이다. 이게 되면 일단 5억을 버니? 이걸 종잣돈으로 삼아서 계속 투자를 할 수 있을 거다.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일단 한번 해보자
다음날 점심시간에 팀 회식이 있었다. 대낮부터 삼겹살과 반주를 곁들이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송곳 같은 질문을 꺼냈다.
"수방사의 무순위 줍줍 청약이 뜬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말인지 혹시 아시는 분 계세요? 뭔가 잘 되면 몇 억을 번다고 하던데요???"
평상시 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던 동료가 질문을 한다.
마침 내가 어제부터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던 건이다.
다들 말이 많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위험해 보이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분양현금도 높은데 계약금이며 중도금이며 하는 것들을 낼 만한 돈이 있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된다... 삶은 안정적으로 가야지 영끌해서 무리해서 다들 괴로워지는 거다.. 계속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
나는 그 청약에 도전해 볼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그 생각에 반대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뭐라고 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렇긴 하죠. 위험한 걸 도전해서는 안 되죠."
작은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여하튼 우리 회사 사람들은 위험한 거는 절대 반대 모양이다. 다들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돈도 어느 은행도 있고 하니 굳이 무리에서 투자하는 것은 반대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