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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백수 최준생, 2회차 인생으로 회귀한 것에 대하여: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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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은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잔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20군데. 고작 20군데에서 연속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었다. 그녀는 하루하루가 지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이 견디기 어려웠다.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물론 새로운 메일은 없었다.

 

"아, 진짜…"

 

여진은 소파에 몸을 던지듯이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그녀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돼,'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하지만 그 '어떻게'가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대학교 졸업 이후, 인생이 이토록 가파르게 내려갈 줄은 몰랐다. 알바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때는 그래도 목적이 있었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목적을 잃고, 방향을 잃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어디든 좋았다. 지금의 나를 벗어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모든 생각을 지우고, 고요해지기를 바랐다. 그런데 문득,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진아…"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현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주 먼 과거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소리였다.

 

눈을 뜨자, 방 안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일어난 기분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된 기운이 스며들었다는 느낌이었다. 방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여진은 고개를 돌렸다. 방이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건 익숙한 풍경이었다. 오래된 나무 책상, 그 위에 놓인 교과서들, 벽에 걸린 학원 스케줄표. 이곳은 고등학교 시절, 그녀의 방이었다.

 

"뭐지…"

 

여진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피부는 여전히 그녀의 것이었지만, 거울 속에는 고등학생 때의 자신이 있었다.

 

"이게 말이 돼?"

 

그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모든 것이 현실처럼 생생했다. 침대 위에 놓인 교복, 가방 속에 있는 노트들. 심지어 시계도 그녀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 시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냐…"

 

그녀는 침대에 앉았다. 모든 것이 너무 생생했다.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했다. 이 상황을.

 

'나는… 과거로 돌아온 걸까?'

 

이여진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분명 어젯밤, 절망 속에서 잠들었는데 눈을 뜨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왔다. 그때의 자신으로, 그때의 삶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건 기회였다. 인생을 다시 살 기회. 고등학교 시절, 꿈 많고 희망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왔다면, 이제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시 살 수 있다면…'

 

"여진아, 학교 가야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그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있었다.

 

"네, 엄마."'

 

여진은 힘겹게 일어섰다. 고등학교 3학년. 바로 이 순간이 그녀의 새로운 시작점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 그녀는 결심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지만, 이번에는 달라지겠다고.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18살 이여진, 그녀의 인생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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