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

<뭔가 다르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8화. 가족경영이 철직인 회사

728x90
반응형

 

청약통장을 만들고 나니 왠지 신문에 분양 공고가 날 때마다 눈길이 간다. 

"지금 공고에 있는 아파트에 위치는 어디일까?"

다 지어진 아파트에 모습을 그려 놓은 사진을 보니? 그 아파트에 살기만 해도 인생이 환해질 것 같았다. 요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주차장까지 바로 이어진다던데, 또 지상에는 차가 다닐 수 없게 아예 산책길만 있다던데, 헬스장과 사우나 골프연습장, 수영장도 있어서 밖에 나갈 필요도 없다던데. 이런 곳을 살면 아파트 자체가 커뮤니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 아파트 자체가 그 거주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

돈은 얼마 없지만 왠지 머릿속에서는 이러한 아파트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제 은행에 가서 가입한 청약통장을 다시 한 번 꺼내서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본다.

"그래 이게 나의 인생을 바꿔줄거야 나는 믿어"

확고한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왠지 청약 당첨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 다음 날 회사에 나가니 아침부터 뭔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런 분위기가 생긴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툭하면 외도를 하는 사장이 그 사이를 못참고 또 다른 여자와 외도를 버린 게 이사를 맡고 있는 사장 사모에게 들킨 거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집에서 대판 싸웠을 거고 사장이나 사모 둘 중 하나가 어젯밤에는 집에서 나와 호텔이나 친구네 집에서 잤겠지. 그리고 회사에 출근했지만 결국 분위기는 아주 싸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중소 기업의 특징상 가족이 모두 경영진으로 일하고 있다. 사장과 사모 그리고 자식들까지 말이 좋아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지 사실은 지네들끼리 다 해 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특히 세 달 전에 들어온 사장의 아들은 완전 개차반이다. 엄청난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나 있으며. 툭하면 여직원들에게 밥 먹자 술 먹자 꼬셔대기 일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이 처음 출근했을 때 나와 좀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었던 다음부터는 나에 대한 플러팅은 없었다.

그 사장 아들 놈은 처음 출근하는 날 자기가 부모님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 자랑했다. 출근해서 커피를 한 잔씩 돌리며 회의실에서 수다를 떠는데 다들 사장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고자 애를 쓰는 모습이 영역했다. 

"김지훈 실장님~~~ 해외에 오랫동안 계셨던 거죠? 미국에서 석사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멋있네요"

버터를 한 스푼 넣은 거 같은 목소리로 부장이 말했다. 주소는 파리 앞다리처럼 거의 맡붙어 있었다

"아~ 네. 부모님 권유로 NBA를 하고 왔습니다. 덕분에 뉴욕도 시컷 보고 즐거웠지요"

부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어서 고맙다는 뜻이 자신의 뉴욕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다들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저는 공부도 하고 뉴욕 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왔습니다. 밤에는 친구들하고 재즈바도 가고 클럽도 가고 꽤 즐거웠지요"

 


사장아들을 둘러싼 30여 명의 직원들은 부럽다는 눈치 반, 재수 없다는 눈치 반 이었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 사장아들이 부주의하게 돌아서면서 내가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아버리게 해서 무척 기분이 나빠 있었다. 

"뉴욕이고 나발이고, 너는 부자 부모 두어서 행복하게 살살았구나. 가서 얼마나 공부를 했을지 안 봐도 뻔하다"

미간의 주름을 팍팍 세우고 사장 아들을 째려보았다. 사장아들은 32여 명의 직원들 사이에서 나를 보고 아침에 커피 사건이 생각이 나는지 커피를 얼른 마시라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인상을 찌푸리며 커피를 멀리 밀어버렸다

빠리, 뉴욕, 런던, 밀라노. 다들 정말 가고 싶은 곳이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IMF 금융위기 때 아버지 사업에 마감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힘들어졌다. 원래는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유학도 갈 생각이었는데 결국 유학을 가지 못했다. 대학  학비를 부모님이 대주신 것만 해도 감지 덕지였고 그나마도 4학년 등록금은 대출로 충당해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 버는 월급에 일부는 대출금을 아직도 갚는 중이다

"아하, 그렇죠. 아파트는 역시 한강뷰죠. 한강이 보여야. 프리미엄 아파트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첨을 떠는 듯한 부장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 들었다. 

알고 알고보니 사장아들이 최근에 아버지가 사주신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한강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강남은 아닌 듯 했지만 여하튼 한강뷰 아파트라니 부럽다. 다른 것은 생각이 안 나고 아빠가 공짜로 주신 한강교 아파트 나는 생각만 머릿속에 남았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 한가운데에 있는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 다시 청약 공고가 있었다. 마침 동작구 소방사 지역에 아파트를 새로 분양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강뷰도 아파트이고 옛날 수도방이 사령부 부지에 들어가는 공공분야 주택의 사전청약이라고 했다. 주변 시세보다 5억이 낫다 등의 내용이 블라블라.

나는 아직 청약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1순위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순희로 혹은 추첨제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해보기로 했다. 일단 청약만 되면 5억을 벌게 된다

만약 당첨이 된다면 총 재산 1000만원에서 5억이 되다니! 근데 만약에 청약에 당첨이 되면 계약금은 뭘로 내지?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야 하나 머릿속에 좀 복잡해졌지만 과연 청약이 당첨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냥 해보기로 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