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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뭔가 다르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2화. 경자는 40만 대 1의 경쟁율을 뚫고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청약에 당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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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갑자기 카톡이 날라와서 확인해본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 경자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문자를 보냈다. 정자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저 연락하는 친구로 솔직히 연락이 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카톡을 무심결에 눌러버렸기 때문에 읽씹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경자야 안녕? 무슨 일이니?"

내가 묻자 경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오늘 너희 회사 근처로 갈 거야. 점심 먹자~ 나 좋은 일 있어!!!"

얄미운 경자가 좋은 일이 있다고 하니 눈썹부터 찌푸려진다. 

경자는 나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성적도 비슷하고, 그래서 간 대학도 똑같았고 부모님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회사에서 비슷한 직급까지 일하며 고만고만한 자산을 모은 분들이어서 여러 모로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경자의 얼굴이 더 예쁘고 날씬했다.

그래서 경자는 오래전부터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의대 변호사 전문직 남자들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경자가 과연 어떤 남자애랑 결혼할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나마 내가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경자의 월급이 나보다 더 50만원 적다는 것. 정말 치졸하다. 그리고 경자가 모은 돈이 하나도 없고 마이너스 통장만 마이너스 1000만원이지만 나는 그나마 1000만원 정도 모은 돈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그래도 치졸하다. 2천만 원 차이에서 오는 자존심 세우기라니.

 



그래서인지 경자가 도대체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지 너무나 궁금하다.

"그래 우리 회사 앞에 맛있는 스파게티 집이 생겼어. 그 스파게티집을 예약해 놓을테니까 12시까지 화라. 니가 좋은 일이 있다니 밥 사라"

9시 반에 이런 문자를 받고 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내가 스파게티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경자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결혼을 하려고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섰다. 나를 발견한 경자는 과도한 손동작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며 어서 오라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자랑할 일이 뭐야?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경자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말했다

"사실은 우리 가족밖에 모르는데 너한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었어. 들어줄거지??"

경자의 이야기를 쭉 듣고 보니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약 한 달 전에 있었던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줍줍 아파트 청약을 신청했는데 40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평대 아파트에 당첨된 것이다.

당첨만 되면 약 10억 정도의 차액이 생긴다고 해서 엄청나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실 나도 그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고 아무도 몰래 그 청약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떨어졌고 도대체 누가 그 운은 사람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알고 보니 내 눈 앞에 앉아 있는 얄미운 경자가 그 행운의 당첨자였다.

"우와 세상에 말도 안 돼. 40만 대 일이라고 했는데 니가 그 행운아라고?? 설마 농담이지???"

나는 진짜로 농담이길 바라며 물었다. 하지만 경자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실없는 농담을 하니?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

은근히 날카로운 어조로 말하는 경자는 진짜라는 듯이 강조했다. 

그리고 핸드폰에 청약 당첨 결과를 보여주는 화면을 나에게 보여줬다. 이경자 이름 석자가 어떡하니? 청약 발표 화면에 올라 있었다

59 m 아파트 청약가능 13억 2000만원이었는데 지금 현재 23억이라고 했다. 세상에 몇 달이 있으면 입주 하는 아파트인데 경자는 바로 23억짜리 아파트가 생긴 거다. 


나는 점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하고 무슨 얘기를 듣고 스파게티를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하나 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축하한다라고 건성으로 이야기를 했고 경자는 계속해서 13억이라는 분양가를 모두 내야 하는데 전세가 제때 들어오기만을 바란다며 자랑 섞인 푸념을 계속했고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이 기지배는 무슨 행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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