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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뭔가 다르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3화. 오늘은 일진이 사납다. 나는 오늘 자랑받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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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의 자랑을 듣고 오후 시간에는 무슨 업무를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고서에 오타를 내고 부장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고 숫자를 몇 개 누락시켜서 선배가 눈을 부리며 "또 실수로 하다닛!"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난 척하는 부장과 선배 역시 아직 집도 철도 없이 전세와 월세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전에 술 먹고 들으니 부장은 중학교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지만 김포에 4억인가 하는 전세살이를 하고 있었고, 저렇게 잘난척 하는 선배 역시 보증금 1억에 50을 내는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포장이나 선배들처럼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게 없으면 결과적으로 7년 후에는 1억짜리 월세살이를 할 것이고, 15년 후에는 4억짜리 전세살이를 할 것이 뻔했다.

 

그나마 다른 케이스는 인사과에 새로 들어온 27살짜리 미경이였다. 미경이는 꽤 좋은 집에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건너건너 들으니 부모가 반포인가 서초동에 산다고 했고,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서 5억짜리 전세에 산다고 했다. 40대인 부장보다, 30대인 선배보다, 선배인 나보다 미경이는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분명 이를 기반으로 10년 후에는 우리 중에서 가장 부자로 멋지게 살게 뻔했다.

또 하나 나랑 같이 들어온 동기는 김명수라고 하는 남자였는데 나보다 한 살이 많았다. 내가 취업으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명수 씨는 군대를 갔다오고 그나마 2년만에 취업을 한 케이스였다.

언뜻 듣기에 집안은 무척 가난한 편인 것 같았다. 경기도 외진 곳에 부모님이 월세살이를 하고 있었고 자기 형도 지방에 이름 모를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리고 명수 씨는 보증금 500 짜리 월세를 나처럼 친구 하고 같이 산다고 했다.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고 꾀죄죄하고 돈도 없는 명수씨는 열심히 했지만 일머리가 없어서 늘 부장님과 선배들의 눈총을 사는 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를 그다지 존중하는 마음은 없었고 월급이나 재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명수 씨 같은 사람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삶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다.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명수 씨도 그 한방을 손에 쥐었나보다.

 

퇴근할 때가 되자 명수 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부장님 선배님들 시간 되시면 제가 오늘 저녁을 사도 될까요?"

집에 가서 Netflix로 드라마를 보면서 쉬고 싶었던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갑자기 입사한 지 1년 동안 한 번도 밥산 적이 없던 명수 씨가 자청해서, 그것도 저녁을 산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부장은 "명수씨 뭐 좋은 일 있어? 좋지! 좋지!"라고 대답했고, 선배는 "선약이 있는데 취소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약속도 없는 내가 바쁜 척은 할 수 없기에, 그리고 명수 씨는 도대체 또 무슨 일이 있어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직을 하려나? 도대체 어느 회사로 가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저녁때 식사를 얻어 먹으며 듣는 수 밖에 몇 개 없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은 꼭 고기를 사고 싶었어요. 제가 입사한 지 1년이 되기도 했고 제게 마침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말씀을 드리고 한 턱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려고 해요"

뭐 저렇게 뜸을 들이나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긴 한데 오늘은 경자에 이어 좋은 일이 생긴 사람들이 내 주변에 득시글한 날인가 보다. 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개포동 아파트 30평 대에 당첨됐나?' 생각하는 찰나. 

 

"실은 제가 예전에, 100만원 정도 돈을 모아서 비트코인을 샀어요. 그게 군대 가기 전에 일이었는데 산거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그거 사라고 추천했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확인해 보니 엄청 많이 올랐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도 가야 돼서 겸사겸사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와 탄성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올랐고 나는 도대체 몇 배가 올랐길래. 고기를 사면서 이 짠돌이 명수 씨가 잘난 척을 하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얼마가 되었길래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사는 거예요??"

30 프로 아첨이 묻은 얼굴로 나는 쳐다보았다. 

"네. 실은 500배 정도 오른 것 같아요"

헐 500배라니 속으로 생각했다. 5억이잖아!!!

"명수씨 5억이 생긴 거야? 진짜로??"

부장은 놀람과 함께 살짝 짜증 나는 얼굴로 명수씨에게 물어봤다. 

명수 씨는 그렇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부장은 입을 다물었으며 선배는 갑자기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세상에 경자는 10억이 생기고 명수 씨는 5억이 생겼구나.

 

'이게 웬일이래? 부자 부모가 아니어도 다들 부자가 되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구나.'

 

갑자기 외롭고, 내 자신이 궁상맞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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